동서일보

[대기자칼럼] 국민의힘의 여반장(如反掌) 공천…사람도 잃고 명분도 잃었다

도성희 (본지회장, 대기자)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4/03/18 [15:53]

[대기자칼럼] 국민의힘의 여반장(如反掌) 공천…사람도 잃고 명분도 잃었다

도성희 (본지회장, 대기자)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4/03/18 [15:53]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에 나갈 후보를 속속 확정하며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순항하는 듯 하던 공천은 도태우, 장예찬 후보가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며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취소 통보를 받으며 낙마,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7일 부산 수영에 공천했던 장예찬 전 최고위원을 과거 소셜미디어 막말 관련 논란이 일자 공천을 취소했다. 공관위는 이에 앞서 5·18 북한 개입설 등 발언이 논란이 됐던 도태우 변호사를 공천이 확정된 대구 중·남구 후보에서 제외했다. 두 후보는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은 부산 수영에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대구 중·남구에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을 전략공천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청년 참모로 불릴 정도로 대선 국면에서 소셜미디어와 방송에서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며 활약한 바 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봉민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 공천을 받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10년전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로 결국 공천취소라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도태우 변호사도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참여하고, 2018년 남북군사합의 후 문재인 대통령을 여적죄로 고발하는 등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하는 보수의 일꾼으로 자처하며 활동해왔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를 고발하는데도 앞장서기도 했다. 도 변호사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1차를 거쳐 결선까지 올라가 현역 임병헌 의원을 꺾고 후보를 확정했다. 하지만 과거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취소 위기에 몰렸고 두 차례의 사과를 통해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국민의힘은 다음날 전격 공천 취소를 발표하며 후보 신분이 박탈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들어 잡음없는 ‘조용한’ 공천을 진행하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공천잡음으로 들썩들썩한 더불어민주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공천사태를 통해 그동안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먼저 경선까지 거친 자당 후보를 지키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현역 국회의원들과 경선을 치르고 당당하게 후보에 올랐다. 다른 지역에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며 새로운 인물들이 잇따라 추풍낙엽으로 힘을 쓰지 못한 것과는 달리 인물론을 앞세우며 지역의 태풍의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인물들은 미래의 가치를 견인할 자산이며 기존 정치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경선이 끝나고 선거전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 언론과 상대방의 공격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방패막이 역할 보다는 총알받이로 이들을 내몰았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두 번째로 공천관리위원회의 잘못도 있다. 경선 때부터 과거 행적에 대해 엄격하게 조사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했다. 끌어안지 못했다면 공천을 주지 말았어야 하고 과거 발언에 대해 몰랐다면 무능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논란이 된 말들이 공천 취소라는 초강수까지 필요했을까하는 의문점이다. 도태우 후보는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개입이었다는 요지의 발언이 뒤늦게 밝혀지며 파장이 커졌다. 도 후보는 이에 대해 거듭 사과를 했지만 공관위는 탈락을 결정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4년 SNS에 “난교를 즐겨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존경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며 최종 탈락의 결정을 받게 됐다. 각종 논란의 막말과 각종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후보들이 손에 꼽을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는 이번 총선에서 5년, 10년 전 글과 발언에 대해 지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공천까지 힘들게 올라간 본선 티켓을 빼앗는 것은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경선으로 후보 됐으면 다음 판단은 본선에서 국민에게 맡겨야지 무슨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라며 페이스북에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상대에 비해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에 조급해진 듯하다. 과거의 발언을 탈탈 털어가며 후보 하나하나에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는 상대방의 전략에 일일이 반응하다가는 결국 제22대 총선은 국민의힘에게 뼈아픈 추억만 남길 뿐이다. 

 

도 성 희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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